(이 글부터 편의상 평어체를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하여 보관하였지만 요즘은 앨범을 꺼내서 사진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사진 뿐만 아니라 동영상과 음악, 수많은 문서들이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디지털의 특성상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요즘은 랜섬웨어까지 가세해 내 디지털 자료를 지키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소중한 자료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업을 잘 해두는 것 뿐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자료를 백업하기 위한 3-2-1 전략에 대해 알아보고 실제로 나는 어떻게 백업시스템을 구성하였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3-2-1 전략

백업을 위한 3-2-1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적어도 3개의 데이터 복사본을 만들어라
  2. 두 개 이상의 장치에 자료를 저장하라
  3. 복사본 하나는 원격지에 보관하라

각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3: 적어도 3개의 데이터 복사본을 만들어라

보통 원본 파일은 작업하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나 스마트폰에 보관되어 있다. 이 원본 파일을 포함해서 적어도 3개의 데이터 복사본을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원본과 복사본이 동시에 망가지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복사본 하나를 더 만들어두면 자료를 잃을 가능성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2: 두 개 이상의 장치에 자료를 저장하라

같은 하드 디스크 내에 원본과 복사본을 모두 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드디스크가 고장을 일으키면 원본과 복사본 모두 잃게 된다. 따라서 자료는 두 개 이상의 장치에 나누어 저장하는 것이 좋다. 원본을 내장 하드디스크에 보관한다면 복사본은 외장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1: 복사본 하나는 원격지에 보관하라

조선왕조실록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4~5부 정도를 만들어 여러 곳에 보관해왔다. 실제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조선왕조실록이 소실되거나 도난당했지만 복사본이 여러 개 있었던 탓에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료의 백업도 마찬가지다. 자료의 복사본이 여러 개 있더라도 모두 집에 보관을 했고 이 집에 화재나 홍수 지진 등의 자연재해 또는 도난이 발생하면 자료는 영영 복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복사본 하나는 물리적으로 분리된 곳에 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원격지에 자료를 보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다.

나의 백업 원칙

위의 3-2-1 원칙에 더해 나의 백업 원칙 몇 가지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비용이 들더라도 백업 장비를 구입하거나 유료 서비스를 활용한다.
  • 가능하면 외장 하드디스크와 USB 메모리 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
  • 크게 신경쓰지 않더라도 알아서 백업되도록 한다.
  • 적어도 하나의 복사본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로 보관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백업 장비를 구입하거나 유료 서비스를 활용한다.

드롭박스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1TB 용량을 위해 연간 약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구글 드라이브의 경우에는 다양한 요금제가 있고 1TB보다 적은 용량을 사용하면 더 낮은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다. 자세한 요금제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가격이면 사실 훨씬 용량이 큰 외장 하드디스크를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백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본 파일을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복구 업체에 맡기더라도 복구가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고, 복구가 되더라도 비용이 수십만원 이상 발생한다. 그러니 자신의 자료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된다면 백업을 위한 투자를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능하면 외장 하드디스크와 USB 메모리 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는 영구적인 데이터 저장장치가 아니다. 특히 이들 제품은 항상 휴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분실이나 고장의 위험이 크다. 하드디스크는 충격에 취약한 편인데 가방에 넣어서 들고 다니면 그만큼 많은 충격을 받게 된다. USB 메모리 스틱도 종종 고장으로 인해 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작은 크기 때문에 분실의 위험도 크다. 어쩔 수 없이 써야 되는 상황이라면 분실했을 때를 대비해 외부에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붙여 놓거나 디스크 이름을 휴대전화번호로 지정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장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파일이 파편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회사 컴퓨터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집에서 작업하기 위해 외장 하드 디스크에 담았다고 생각해보자. 집 컴퓨터에 파일을 복사한 후 수정을 하다가 회사에서 작업을 이어가려면 다시 외장 하드에 저장을 한 후 회사 컴퓨터에 복사를 해서 수정을 해야 한다. 관리상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작업을 하다보면 파일 버전이 다양해지고 어디에 무슨 파일을 저장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파일은 한 군데에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크게 신경쓰지 않더라도 알아서 백업되도록 한다.

원본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복사본을 사용해 복구해야 한다. 그런데 복사본이 최신 버전이 아닐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달 주기로 백업을 하는데 백업하기 직전에 원본에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복사본으로는 최근 한 달의 자료는 복구할 수가 없다. 백업의 주기가 짧을수록 그만큼 나의 피해는 줄어든다. 하지만 수시로 백업을 하는 것은 상당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를 자동화 하는 것이 좋다. 백업의 자동화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드롭박스나 구글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의 동기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원본과 복사본이 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하나의 복사본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로 보관한다.

랜섬웨어는 보통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외장 하드디스크나 USB 메모리, 네트워크 드라이브 등도 함께 암호화시킨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버전관리를 통해 이전 상태의 파일로 복구하는 기능을 갖추고는 있지만 그걸 하나씩 확인하고 복원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랜섬웨어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의 복사본을 하나 두는 것이다. 이건 필요에 따라 일주일이나 한 달 주기로 전체 자료를 백업하고 컴퓨터와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분리해 두는 것이 좋다. 주기적인 백업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캘린더나 할 일 관리 앱을 통해 주기적으로 백업 알림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는 매달 1일에 오프라인 백업을 위한 알림이 뜨도록 설정해 두었다.

나의 백업 시스템

나는 NAS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다면 NAS를 사용하여 개인 자료를 백업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내가 사용하는 NAS는 Synology사의 DS716+라는 제품이다.

DS716--image

이 제품은 2개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할 수 있는데 나는 2개의 하드디스크가 자동으로 똑같이 복사되도록 설정을 해두었다(RAID 1). 그래서 사용가능한 전체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하드디스크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복구할 수 있다. 이미 여기서 복사본 하나가 추가로 생기는 것이지만 나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함께 이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원격지 보관 원칙 때문이다.

또 백업의 자동화를 위해서 NAS와 클라우드 서비스도 서로 동기화 한다. 업무용 파일의 경우 나는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저장하고 있는데 구글 드라이브에 파일이 추가되거나 변경되면 자동으로 NAS에 동기화 되고 반대로 NAS의 파일을 변경하면 구글 드라이브에 자동으로 동기화 되는 식이다. 둘 중 하나가 먹통이 되어도 내 데이터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기적으로 NAS의 자료를 외장 하드디스크로 백업한다. 백업이 완료되면 NAS와 연결을 끊어 오프라인 상태로 보관한다. 이 하드디스크는 오로지 오프라인 백업을 위해서 사용하며 휴대하지 않는다.

사진, 동영상, 문서, 음악 등 자료의 형태에 따라 백업의 방식이나 사용하는 서비스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원칙은 위에서 언급한 것이 핵심이다. 자료의 형태별 정리 및 백업 방법은 다음 글을 통해서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