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이래저래 기회가 닿아 교실에 손가락 PC와 모니터 9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마침 SW교육 선도학교로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code.org의 hour of code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반 친구들에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하라고 일러두었다. 물론 학습에 필요한 정보 검색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 해 주었다.

기기의 목적과 기본적인 사용 규칙 등을 알려주고 난 첫 쉬는시간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둠별로 1대씩 밖에 돌아가지 않는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code.org의 문제를 풀었다. 보드 게임을 하고 책을 읽던 친구들은 이제 쉬는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으로 모여든다.

다음 날이 되자 code.org 안에 있는 플래피 버드 게임을 만들어서 신나게 한다. 옆에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너도나도 게임을 한다. 게임도 하면서 공부도 하니 '게임은 하면 안돼'와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또 다음 날이 되었다. 평소에는 일찍 오지 않던 친구 한 명이 8시가 되기도 전에 등교를 한다. 컴퓨터를 켜도 되냐고 묻더니 9대의 전원을 모두 켜고 한 켠에 자리를 잡은 후 code.org를 시작한다. 물론 플래피 버드 게임을 한다.

그날 쉬는 시간에는 또다른 진풍경이 펼쳐졌다. 어디서 찾았는지 크롬 브라우저에 숨겨져있는 이스터 에그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수소문을 해서 누가 처음 이 게임을 시작했는지 찾아냈고, 어떻게 이 게임을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거나 어디서 보았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그냥 우연히 인터넷이 끊겨있는 사이 스페이스를 눌렀더니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일부러 무선 네트워크 연결을 끊고 게임을 시작했다. 심지어 자동으로 다시 연결이 되니 와이파이를 꺼달라는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간단한 게임은 아이들의 좋은 놀이감이 되었다.

컴퓨터와 같은 기기를 놀이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당분간은 게임을 하더라도 강력하게 제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또 이런 현상은 테크놀로지가 교실 속으로 들어올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고 일종의 신기효과라고 생각한다.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저절로 해소될 문제로 보인다.

컴퓨터실에서 SW교육 관련 첫 수업을 하고 수업 소감을 받은 것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오늘은 공부를 하지 않아서 참 좋았다.

아이들은 논다고 생각하면서도 배운다.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공부가 이처럼 즐겁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