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SNS 및 홈페이지와 정서적 교감에 대해 격의 없게 썼던 글입니다. SNS나 홈페이지가 단지 정서적 교감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인 글이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 올려 봅니다.

얼마전 한 학부모가 찾아와 이런 얘기를 한다.

“아이들이 친구의 안티카페를 만들고 그곳에 심한 욕설이 담긴 글을 남깁니다. 학급 홈페이지에도 그런 글들이 종종 달리는 것 같더군요. 아이가 너무 학급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는 것 같아 여름 방학때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했었습니다.”

안타까움이 컸다. 좋은 취지에서 만든 학급 홈페이지에 아이들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리고 학부모는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또한 그런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홈페이지의 긍정적인 측면이 크고 또 충분히 잘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을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학생과의 소통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편리한 부분이 많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디지털 교과서, 아이패드의 무선 미러링,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및 학급 홈페이지의 활용, 구글 문서도구를 활용한 협업과 협동학습 등 다양하다. 또 그런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컴퓨터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나이다. 당연히 기회만 되면 교육과 컴퓨터를 접목시키려고 한다. 그것이 컴퓨터 자체에 대한 교육이든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이든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홈페이지에 쓰인 친구들의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보다 학교에서 직접 악수하고 즐겁게 인사나누는 것이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학급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고자했던 가장 큰 목표중 하나였던 정서적 측면에서의 교감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다. 상처입은 한 사람의 마음을 아무리 좋은 글과 음악 등으로 달랜다고 하더라도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포옹과 토닥거림에 비할바가 안 되는 것처럼.

그래서 ‘초등학생들에게는 학급 홈페이지나 싸이월드 등 SNS 서비스를 가능하면 차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관계를 지향하는 SNS가 오히려 학생들을 온라인 세계에 빠지게 하고 익명성에 기대게 하지만 정작 실세계에서는 대인 관계와 사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슨의 사회 심리적 발달 단계를 보면 인간의 성장단계에서 각각 겪어야 할 발달과업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정보통신기술에도 발달 단계별로 겪어야 할, 또는 제한해야 할 정보통신기술의 내용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적어도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보다는 면대면 의사소통이 훨씬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필요하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소근육의 발달이 필요하고 걸음마가 필요하고 정서적인 공감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은 단지 보조적인 역할로 그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