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과 27일에는 각각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에서 스마트러닝(교육)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회가 있었습니다. 교과부에서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스마트교육 중앙 선도 교원의 연수를 위한 교육과정에 대해 협의가 이루어졌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서울의 초중고 스마트러닝 강사 요원의 연수를 위한 연수 과정 협의가 있었습니다.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었는데 그 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연수가 강의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연수 대상자들은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춘 선생님들일텐데 그 선생님들을 자리에 앉혀놓고 강의를 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이 분들은 각 지역으로 돌아가서 전달연수를 해야 할텐데 재미가 없으니 딱히 기억에 남는 것도 없을 것이고 결국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혹은 하고 싶은 것만 전달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결국 전체적인 파급력이 절대적으로 떨어진다.
  • 또한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연수가 곧 스마트교육의 전부인양 인식되기 쉬우며 지역 교육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연수 교육 과정의 구성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보통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예산의 대부분은 원고료와 강사료에 사용하고, 교육 과정은 담당자가 자리에 앉아서 시간표를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연수 프로그램 운영의 전체 경비를 100으로 봤을 때 50정도는 외부 전문 기관에 발주를 주어 연수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연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연수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 연수가 흥미로워야 한다. 흥미로우려면 연수 참여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기반으로 연수가 진행되어야 한다.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직접 밖으로 나가 미션을 제시 받으며 팀별로 과제를 수행한 연수를 작년 진행했었는데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아주 흥미로워 하였다.
  • 도구나 기기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교수법, 평가에 대한 제시도 필요하다.
  • 연수의 대상자가 어차피 지역에 돌아가서 연수를 진행해야 할 선도 교원이라면 연수 과정에서 직접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짜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활용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지만 도구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다른 선생님들을 강의 할 수 있나. 따라서 도구의 설명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사실 스마트교육에서 교원의 역량 강화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교육의 실현은 선생님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 현재의 스마트교육 교원 연수 프로그램 운영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구의 활용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연수 프로그램을 보면 대체로 스마트 기기나 웹 2.0 도구 등 새로운 기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스마트교육의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도구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 –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강화하고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 의 궁극적인 변화를 위한 스마트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제한적인 처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Partners in Learning에 대해 설명하는 한 자료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Innovative Teaching Practices in the ITL Research Model include more than the use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Many examples show us that just putting technology in schools does not by itself change teaching and learning. We believe technology use needs to be part of cultural and pedagogical shifts that include student centered learning and practicing learning as something that takes place anytime and anywhere.

Background, School Research, Microsoft Partners in Learning.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교육 현장에 도입한다고 해서 교수-학습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올바른 스마트교육을 위해서 ‘새로운 기술(technology)’ 이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힌트는 세계적인 IT 기업인 Cisco, Intel, Microsoft와 여러 대학이 합동으로 진행중인 ATC21S(Assessment & Teaching of 21st Century Skills; http://atc21s.org)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개의 연구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초기 5개 그룹의 구체적인 연구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21세기 학습자 역량(21st-Century Skills)
  2. 방법론에 대한 사안(Methodological Issues)
  3. 기술적인 사안(Technological Issues)
  4. 교실 학습 환경과 형성 평가(Classroom Learning Environments and Formative Evaluation)
  5. 새로운 평가를 위한 정책(Policy Frameworks for New Assessments)

위 연구 결과에 대한 백서는 ATC21S 프로젝트의 홈페이지(http://atc21s.org/index.php/resources/white-papers)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현재 백서를 분석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요약된 정보를 보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구 주제만 보아도 테크놀로지의 교육적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러한 학습자 역량을 길러 내기 위한 학습 모형 또한 필요합니다. 또한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의사 결정 능력, 의사 소통 능력 등으로 대표되는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스마트교육을 위한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는 이에 대한 반영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2010년에는 새로운 연구 그룹을 만들어 초, 중등 교육에서 개인적-협력적 문제해결 및 디지털 리터러시의 평가(Assessing individual and collaborative problem solving and digital literacy in primary and secondary schools)에 대한 연구가 OECD와 IEA(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와 함께 이루어졌는데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에는 PISA, 2013년에는 IEA가 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의 연수 과정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교과부의 연수 과정에는 짧게나마 스마트 기기나 웹 2.0 도구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나 창의적 교수법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의 연수는 주로 도구에 대한 설명 및 활용 위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일까요? 교과부의 이번 연수는 총론적이고 개론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스마트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수만 듣고 지역으로 돌아가면 스마트교육의 각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연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의 연수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양의 도구를 다루기 때문에 연수자 입장에서는 쉽게 지치고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숲이 됐든 나무가 됐든 하나의 연수 과정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30시간, 45시간만에 스마트교육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연수 대상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연수 대상자의 수준에 대해 추측하는 발언들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시도 교육청의 추천을 받은 전국 단위의 중앙 선도 교원은 역량이 뛰어날 것이다.’, ‘강사 요원이니까 어느 정도는 도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이 알 것 같지만 막상 연수를 해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등 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말들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연수 대상자가 정해진 적도 없고 대상자의 수준 파악을 위한 평가가 이루어진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실체가 없는 추측성 평가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진단평가,  학업 성취도 평가, 부진아지도까지 하고 있는데 왜 정작 선생님들의 연수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것일까요? 연수 대상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면 도구의 설명 위주로 연수가 진행되어야 하는지,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도 당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수준별 연수 프로그램의 도입 및 운영이 필요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컴퓨터 분야는 영어처럼 개인별 수준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연수 과정을 단계화하고 수준별 연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회화 연수의 경우 그 과정이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스마트교육 연수도 도구에 대한 이해, 교육학적 이해로 크게 분야를 나누고 도구의 경우에는 수준별로 나누어서 교사 스스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연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연수 과정이든 스마트교육은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함이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여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연수 대상자에 대한 수준 파악이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도구에 대한 설명에만 치중할 수도 없고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나 그 방법론에 대한 설명에만 치중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정도 도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생님들에게는 도구에 대한 설명보다는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학습 모델이나 평가 방법 등에 대한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댓글에서 활발한 토론 기대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교원 연수 프로그램의 교육내용에 대해서만 다루었는데 교육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교육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스마트교육 교원 연수 프로그램의 교육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