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하다보니 학교 선생님들께서 종종 다음과 같이 물어보십니다.

“도대체 스마트교육이라는 게 뭐야?”

“아… 그게…….”

이뿐만이 아닙니다. 스마트교육과 관련한 각종 포럼이나 스마트러닝연구회 모임, 교과부의 중앙선도교원 워크샵 때에도 이런 말들이 많이 오고 갑니다.

“스마트교육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e-learning이나 u-learning과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스마트교육입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러닝’, ‘스마트교육’에 대해 정의를 하곤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교육은 애초에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않고 시작한 것일까요?

스마트교육의 정의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아닙니다. 스마트교육은 정의가 있습니다. 2011년 6월 대통령에게 보고된 ‘인재대국으로 가는 길 – 스마트교육 추진전략(교육과학기술부, 2011)’을 보면 스마트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교육은  21세기 학습자 역량 강화를 위한 지능형 맞춤 학습 체제로 교육환경, 교육내용, 교육방법 및 평가 등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동력

많은 분들과 스마트러닝, 스마트교육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위와 같이 대답하신 분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교육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교육이냐?’, ‘스마트교육이 디지털 교과서냐?’라는 이야기들이 오고갈 뿐이었죠.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철학보다는 사업에만 관심이 있다

스마트교육의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스마트교육은  21세기 학습자 역량 강화를 위한 지능형 맞춤 학습 체제로 교육환경, 교육내용, 교육방법 및 평가 등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동력.

이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질 수 있습니다.

  • 과연 21세기 학습자 역량이란 무엇인가?
  • 21세기 학습자 역량은 어떻게 강화시킬 수 있는가?
  • 21세기 학습자 역량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 지능형 맞춤 학습 체제의 의미는 무엇인가?
  • 스마트교육이 교육환경, 교육내용, 교육방법 및 평가 등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가?

그런데 스마트교육과 관련된 어떠한 포럼이나 행사를 가보아도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강조하지도 않을 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스마트교육이 추진하는 사업들입니다. 온통 디지털 교과서, 스마트기기에 대한 관심들 뿐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스마트교육은 스마트기기로 하는것이냐?’, ‘디지털 교과서가 스마트교육이냐?’하는 질문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스마트교육이 21세기 학습자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 교육방법, 평가 등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은 그래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스마트교육이 철학이 없다.’라는 말을 듣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스마트교육이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교육철학에 대한 공유와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이죠.

철학과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다음은 스마트교육의 구체적인 추진과제입니다.

  •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 온라인 수업-평가 활성화
  • 교육콘텐츠 자유 이용 및 안전한 이용 환경 조성
  • 교원의 스마트교육 실천 역량 강화
  •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추진 과제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추진 배경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교육의 개념과 앞서 언급했던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 사업들을 통해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21세기의 학습자 역량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강화하고 평가해야하는지도 모르는데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고 온라인 평가를 하고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역량이 강화되고 교육과정, 교육방법 및 평가의 변화가, 교육의 변화가 일어날까요?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 교육환경에서 제도적 개선 없이 과연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그리고 추진과제에서 21세기 학습자 역량과 관련된 연구는 왜 찾아볼 수 없을까요? 그만큼 스마트교육이 제시했던 철학과 추진과제가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념은 개념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스마트교육’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죠.

21세기 학습자 역량 중 하나인 협업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책을 써본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같이 책을 썼다고 해서 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책은 전체 목차 구성부터 시작해서 원고의 내용까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의와 검토 과정 속에서 의사소통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어떻습니까? 목차를 정하고 파트를 나눈 다음 각자 맡아서 원고를 작성합니다. 그리고는 한 두 번 검토를 하거나 시간이 없을 경우 그대로 원고가 마감이 되고 출판이 되어 나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협업이 아니라 분업이지요. 우리는 협업이라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숙제만 하거나 자기 일만 묵묵히 할 뿐이죠. 지금 교육을 받는 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교사 위주의,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통해서는 결코 이러한 역량은 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협업의 과정들을 충분히 겪여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구성원 모두에게 스마트교육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공유가 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마트교육의 주체인 교사, 교과부 및 교육청 관계자, 교원양성기관, IT 및 교육 관련 회사 등이 스마트교육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디지털 교과서, 온라인 수업 및 평가, 클라우드 기반 교육 서비스 등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든 사업이 21세기 학습자 역량 강화와 궁극적인 교육의 변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저마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스마트교육 관련 출판물에 스마트 기기에 대한 설명만 가득하다든가 특수분야 직무연수명에 그저 ‘스마트러닝’이라는 말만 붙여 넣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교육의 개념에 따른 다양한 연구가 필요

따라서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분석하고 이를 강화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선생님들에게서만 얻으려고 하면 안됩니다. 물론 선생님들은 나름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교육 현장에 임하고 계시지만 이론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연구기관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명령하달 식으로 교육 현장에 투입해서도 안됩니다. 이런 부분은 대학이나 KERIS와 같은 연구기관이 교육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마트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이 받고 비판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러한 열기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으려면 철학을 가진, 뚜렷한 방향과 목표가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스마트교육은 적어도 그러한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